현해탄의 눈물
그의 반휴머니즘적인, 근시안적인 내셔널리즘 때문에 당분간 한일관계, 그리고 동아시아에는 냉기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사적인 흐름은 구시대적 유물인 제국주의적 패권주의를 탈피해, 다양성을 추구하는 글로벌주의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사적 흐름속에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래를 위한 새로운 질서, 국가간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협조와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새삼 거론할 필요 조차 없다.
이러한 싯점에, 일부 정치가들이 아직도 편협한 내셔널리즘적 정치적 가치관을 갖고, 공공연히 그것을 주장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할 뿐이다. 동아시아에서 아직도 그런 상황과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글로벌의 물결속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국적을 떠나 세계 시민화를 지향하고 있어, 일부 독재적 폐쇄적 국가외에는 국경은 무너진지 오래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경은 단순한 행정영역의 의미밖에 지니지 못한다. 그런데도 국경을 고집하고, 자꾸 선을 그어 국가와 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정치가나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의 헤게모니(주도권)를 정당화시키고, 분열을 획책해 이익을 보려는 발상일 것이다.
그러한 지도자를 선택한 국민들이 측은할 정도이다.
현재는 과거라는 사실의 거울을 통해 미래를 비추어준다. 그러므로 과거를 모르고 미래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일간의 역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의 역사문제를 지배자계급에 의한 지배의 논리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았다. 지배자들의 편협하고 자기 중심적인 사고와 가치가 충돌해, 결국 역사문제를 만들어 냈다는 관점이다.
한일간의 역사문제, 남북문제 등이 바로 그러한 예일 것이다. 역사문제 해결을 위한 단초를 지배자들의 싯점이 아닌 민중들의 관점에서 찾고자 역사소설 [현해 통한의 바다]를 기획했다. 현지 답사를 위해 한국의 직장을 그만 두고 일본으로 옮겨, 십년여의 걸쳐 현지 답사를 하며, 기록에 없는 민초들의 흔적을 더듬었다.
그러나 기록되지않고 누구도 돌보지 않는 민초들의 흔적은 40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대부분 풍화되어 버렸다.계곡에서 사금을 찾는 심정으로 관련 장소를 답사해 모래를 건져 물로 씻어내고 걸러내듯이 샅샅이 뒤졌다. 가끔 아주 가끔, 오랜 세월의 흐름에 색은 바랬으나 지워지지않고 남아있는 흔적을 찾아 조심스레 털고 닦아내어 씨줄을 만들었다. 그리고 십여년의 산고를 거쳐 드디어 책으로 출판했다.
이 책에서는 한반도와 일본 열도의 역사를 철저하게 민초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그리고 지배자들에 의해 숨겨지고 비틀어진 역사를 한올한올 바로잡아 민초의 역사로 되돌려놓고자 하였다.
한반도와 일본을 이해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현해, 통한의 바다- 박영사]를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다.